OYE 스튜디오의 오혜진 디자이너님께 명함 디자인을 의뢰드리면서 이메일에 이렇게 적었다.
종종 제 바이오에 넣기도 하는 lover of footnotes (각주의 애독자) 라는 말이 있어요. 각주를 좋아하는 건 글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가지쳐 나오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본문에 넣기는 애매한데 그럼에도 흥미롭고 빼기엔 아까워서 작가가 공들여 쓰는 곁다리 이야기들… 각주를 통해 다음 읽을 책, 작가의 예상치 못한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물수제비 같은 느낌?
함께 물수제비를 띄워 주신 덕분에 사진 속의 명함이 나왔다. 조잘대는 각주로 인해 길쭉해져 책갈피로 쓰기 좋고, 코우너스에서 리소그라프로 인쇄한 오렌지, 핑크색 활자가 쨍하니 시원한 명함.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준 것은 친구 김괜저다. 글쓰기, 사진 찍기, 집 고치기를 비롯한 수많은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굴리면서도 재미있는 일은 되도록 하려는 편인 괜저가 내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재밌게 여겨줘서 정말 다행이다.
괜저는 이 홈페이지를 만들며 각주를 표기할 때 다는 별 모양[ * ]의 꼭짓점이 여섯 개인 폰트를 고르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 외에도 홈페이지에서 좋아하는 점:
- 한국어, 영어 작업 구분은 명함에서처럼 텍스트 색으로 드러난다. (한글은 오렌지, 영어는 핑크.)
- 각주 형식 디자인이 여러 크기의 화면에서 구현된다. (PC로 보고 계신 분들은 윈도우 크기를 조절해보시라.)
혜진 디자이너님과 괜저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도 언젠가 명함을 드릴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사진 속 ‘초판 버전’ 명함은 300장 뽑았다. 이것이 소진되면 각주 문구를 바꿔 다시 인쇄하고 싶다.